순순히 공연장 앞까지 기어들어가 자리에 착석하는 순간까지도 많은 망설임이 따랐다. 도미네이터의 손 안에서 놀아나고 있다는 느낌을 감출 수 없었다. 기원도 없이 시작된 이 불쾌함의 원천은 전적으로 내가 도미네이터에게 흥미를 느끼고 있다는 것에서 발현됐다. 부정해 봐야 의미 없는 일이었기에, 나는 부정하는 대신 상석에 앉아 가볍게 다리를 꼬았다. 도미네이터가 ...
그 연극에 처음으로 갈증을 느낀 건 3월 초의 술자리에서였다. 그 당시의 나는 세속적인 연구 경향에 지쳐 음지의 외딴 곳으로 도피하는 것을 즐겼고, 평범하지 않은 타인을 만나 쓸데없는 집결력을 늘리는 일에 취해 있었다. 함께 연구를 도맡은 연구원들은 모두가 나보다 부족했으나 더 우월하길 원했다. 텅 빈 머리통으로 끊임없이 잘못된 수식을 연구하는 풍경은 실로...
* 루헨나엠 * 엘의 붕괴 이후로도 엘 수색대는 존재하지 않는 설정입니다. \ Cause sometimes living's too hard, We're like two halves of one heart Cathexis 엘소드는 벨더 근교 창촌의 자갈밭 위에 걸터앉아 매일 담배를 피우던 아인을 생각했다. 미끈한 턱 아래로 후둑후둑 떨어지던 담뱃재들. 옷 위...
* 알파오메가AU 레이븐은 종종 자신을 구성하고 있는 세계가 너무 분별력 없이 기울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어느 방향으로 기울었는지를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것 또한 아니었다. 원체 한 번 잡힌 균형감은 상태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해서, 그를 뒷받침할 반동이 생겨나지 않는 이상 그 위태로운 상태를 쭉 이어가기 마련이다. 그런 고로 그의 무력함 또...
1 키스를 했다. 소꿉친구랑. 물론 그 음절 하나로 커다란 여파가 있다거나 세상이 뒤집어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학교를 나가고, 수업을 듣고, 집에 돌아와 더위에 축축 늘어지는 몸을 뉘인다. 세상사라는 것이 으레 그렇듯이, 축축 늘어지고 재미없는 와중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 단 한 가지는 꾸준히 머릿속에서 맴돌곤 한다. 내 경우엔 그게 키스였다는 게 문제였...
은영은 삐걱대는 장판을 밟으며 평소와 같은 짜증 대신 이질감을 먼저 느꼈다. 하루의 시작부터 기분을 잡치게 만들어야 속이 시원하겠냐며 어깃장을 놓던 해준의 얼굴이 설핏 스쳐서였다. 무슨 시덥잖은 생각인지. 은영은 어처구니가 없어 헛헛하게 웃음을 지었다. 평소대로라면 해준이 일어나서 등교하는 모습까지 구경할 심산이었는데, 이상하게 그럴 기분이 나지 않았다. ...
@Monterosso_wall
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한 기본 포스트
소장본, 굿즈 등 실물 상품을 판매하는 스토어
정기 후원을 시작하시겠습니까?
설정한 기간의 데이터를 파일로 다운로드합니다. 보고서 파일 생성에는 최대 3분이 소요됩니다.
포인트 자동 충전을 해지합니다. 해지하지 않고도 ‘자동 충전 설정 변경하기' 버튼을 눌러 포인트 자동 충전 설정을 변경할 수 있어요. 설정을 변경하고 편리한 자동 충전을 계속 이용해보세요.
중복으로 선택할 수 있어요.